"등심만 네 부위, 효율보단 맛"…이마트 '초미각' 수요 잡는다

입력 2023-01-10 17:34   수정 2023-01-11 00:59


10일 찾은 경기 광주 양벌동의 이마트 미트센터. 자동으로 고기를 손질해주는 라인이 굉음을 내며 쉴 새 없이 돌아가는 가운데 센터 구석에 있는 작은 작업실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조용하다 못해 긴장감이 흘렀다. 30㎝가 넘는 긴 칼을 든 작업자는 조각가가 섬세하게 작품을 다듬듯 소고기 원육을 손질했다. 하얀 지방을 떼고, 근막을 따라 칼이 춤을 추자 하얀 ‘마블링 꽃’이 속살을 드러냈다.
‘등심 진화’ 선언한 이마트
경력 20년 이상의 베테랑 두 명이 전담하고 있는 이 작업은 이마트가 설 명절을 앞두고 프리미엄 한우 선물세트를 만드는 과정이다. 60년 전통의 한우 등심 전문점 ‘대도식당’과 함께 기획했다. 이 선물세트는 등심 안에서도 부위를 세분화한 게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등심 하면 넓적한 타원형을 떠올리지만 등심을 더 잘게 쪼개면 그 안에서도 새우살과 살치살, 알등심, 멍에살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살치살이 부드러우면서도 기름진 맛이 특징이라면, 멍에살은 쫄깃한 식감이 살아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마트와 대도식당이 협업해 만든 선물세트는 등심을 부위별로 세분화해 섬세한 맛을 살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도식당이 60년 넘게 연구한 등심 손질 비법을 이마트의 베테랑 작업자들에게 전수해 하나의 등심에서도 여러 가지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이마트 입장에서 부위별로 세분화한 등심 선물세트는 비효율적인 상품이다. 등심을 한 덩이로 담지 않고 여러 부위로 나눠 선물세트를 만들면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작업 시간이 최소 세 배 이상 걸린다. 불필요한 지방과 근막 등을 모두 걷어내는 과정을 거치면 무게 손실률도 두 배 가까이 높다. 홍성진 이마트 미트센터장은 “효율만 고려했다면 세상에 나올 수 없는 상품”이라며 “올해 한우 선물세트는 진짜 맛을 잘 아는 ‘초미각’ 수요를 잡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백화점 소비자를 대형마트로”
최근 들어 대형마트 업계는 프리미엄급 선물 판매에 마케팅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물가도 연일 오르면서 법인 소비자조차 백화점, 특급호텔의 선물세트에 선뜻 손이 가지 않을 것이란 예측에서다.

실제로 지난 9일까지 이마트의 설 선물세트 사전예약 실적을 분석한 결과 20만원 이상의 프리미엄 선물세트 매출은 지난해 설 사전예약 때보다 9.8% 늘었다. 프리미엄의 상징인 한우 선물세트 판매량은 20% 이상 증가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개인 소비자들도 오랜만에 설에 가족과 친지를 직접 만날 수 있게 되면서 40만원 전후의 고급 한우세트를 구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역시 ‘대형마트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중시한 선물세트만 판매한다는 편견을 깨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우 1++ 등급 중에서도 마블링 지수가 가장 높은 9등급 원육만 선별해 만든 ‘마블나인’ 한우 선물세트가 나온 배경이다.

경기 광주=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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